[re]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김종주씨 해임에 대한 우리의 입장
또 시작인가? | 2009-03-18 | 조회 2679
>성명서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김종주씨 해임에 대한 우리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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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청은 지난 2월 16일자로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김종주(金鍾柱,45세)씨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김종주씨는 1993년부터 2003년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전북도립미술관 건립 준비요원으로 참여하여 2004년 개관부터 해임통보 시점까지 학예연구실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김종주씨는 미술관 개관기념 ‘원로작가전’(2004), ‘전북미술의 맥’(2005), ‘재일의 꽃’(2008) 등을 기획하였으며, 2006년 3월부터 1년간 전북중앙일보에 미술감상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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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청의 주요 징계사유는 명령 불복종, 직무태만, 공무원 품위훼손 등이다. 가장 문제가 된 ‘품위훼손’의 주요 내용은 최효준 현 미술관장 3차 연임 반대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혐의’가 있고 특정 공청회에서 관장에게 불리한 발언을 한 점 등이다. 각 징계사유에 대하여 김종주씨의 행정소청이 진행중이므로 사실유무는 그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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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실여부를 따지기 전에, 우리 한국큐레이터협회는 상기한 사유가 과연 십수년간 지역 공립미술관에서 일해 온 경력직 학예실장의 해임사유가 될 수 있는지 전북도청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백보 양보하여 그 주장들을 그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과연 그런 극단적인 중징계의 사유에 해당하는 과실인가 참으로 의아하다. 공공기관의 인사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중요사안이다. 자칫 단 한 번의 성급한 일처리가 두고두고 그 기관의 미래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청은 과연 앞으로도 소속 공무원이 이 정도의 잘못을 저지르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차 없이 해고할 방침인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면 이 결정은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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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미술관의 학예연구실장 직위는 위로는 기관장을 보좌하고 아래로는 학예실의 전문 인력들을 통솔하는 핵심적인 위치이다. 미술관장이 미술관의 큰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상징한다면, 학예실장은 그 비전의 구체적인 실현을 총괄한다. 그러므로 미술관 운영의 두 축인 관장과 학예실장의 긴밀한 상호이해와 소통이 성공적인 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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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단순한 행정관서 이전에 전문가들의 조직인 국공립미술관에서 관장과 학예실장의 관계가 ‘명령과 복종’이 아니라 ‘존중과 협력’이어야 한다는 자명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상호 불신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수년간 꼬리를 물고 있는 미술관 학예실장 해임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주지하듯이, 지난 2006년 정준모씨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직에서, 연이어 장동광씨가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해임되었고, 작년에는 박천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이 고작 1년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사유로 사실상 해임되었다. 또한 최근에 사비나 미술관의 큐레이터였던 김준기씨가 부당한 해고에 대항하여 승소를 받아낸 바 있으며, 심지어 서울시립미술관의 학예연구부장은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공석인 채로 운영되는 기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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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협회는 이번 사건을, 전문기관인 미술관에서 ‘존중과 협력’이 사라지고 상명하복(上命下服) 만이 강조된 결과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이해하고 있다. 관장과 학예실장이 상하관계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소한 문화와 예술의 최첨단에 서 있는 미술관의 조직이라면, 일방적인 상하관계를 넘어서 한 차원 높은 소통을 지향해야 마땅하다. 부하직원의 다른 견해를 즐거워하고 그 건강한 긴장을 미술관의 발전으로 승화시킬 열린 마음을 갖추지 못한 리더가 어떻게 ‘다양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예술문화를 이끌어갈 수 있겠는가. 기관장의 명령에 오로지 ‘예스’ 만을 외치는 학예실장을 우리는 기대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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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국큐레이터협회는 김종주씨 해임의 건에 대하여 임명권자인 김완주 전라북도지사에게 엄중히 항의하는 바이다. 이를 계기로 향후 우리 협회는 미술관장과 큐레이터의 발전적인 역할모델을 정립하고 이를 널리 전파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큐레이터가 21세기 미술관 문화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에 앞장서 나갈 것임을 재삼 다짐하며, 우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천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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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김완주 전라북도지사는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김종주씨에 대한 징계 및 해임 결의를 즉각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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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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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큐레이터협회
>Korean Curators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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