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의 사태를 보면서... (전라일보 기사내용)
표영용 | 2008-05-28 | 조회 2228
전북도립미술관의 사태를 보면서...
이철량(전북대 미술학과 교수)
최근 전북도립미술관장의 연임을 둘러싸고 미술계 안팎이 뜨겁다. 미술관장의 3번째 연임을 놓고 미술계 일각에서 반대 여론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장의 발령권자인 전북도에서는 지금까지 일을 잘해오고 있는 관장을 연임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며 딱히 인물이 없는 형편에서 3번째 연임에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고, 미술계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말이 많았던 현 관장의 발령이 3번째 이어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세간이 어수선한데 우리 지역 미술계가 미술관장의 연임 발령으로 속을 끌이고 있다. 답답하기 짝이 없다.
* 발령권자인 전북도의 말은 이렇게 들린다. 그동안 일을 잘 해오고 있고, 그만한 인물을 찾기 어려운 형편에 일부 미술인들의 반대에 불과한 현 관장의 연임을 안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3번째 연임에 법적 하자가 없으니 뭐가 문제냐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옹색한 변명이다. 현 미술관장이 초기 발령 무렵부터 이런 저런 일들로 지역미술인들과 심한 갈등을 가져왔다. 수년간 이어져온 이러한 사태를 모를리가 없는 전북도의 설명은 온전히 수긍하기 어렵다. 세상에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항변은 위정자들이 할 말은 아니다. 이 정부는 필요하면 외국인도 공무원으로 쓰겠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극히 일부 미술인들만의 반대라는 현상의 이해 부족은 더욱 곤란하다. 그렇다면 왜 이 정도의 반대를 설득하지 못하는가, 그동안 인터넷으로 그리고 여러 경로로 현관장의 연임을 반대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 현 관장의 입장설명도 궁색하게 들린다. 보도를 보면 그동안 기획되어진 일들이 잘 마무리되려면 1년은 더 일해야한다고 한다. 미술관 기획은 적어도 3년 전에 이루어지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말은 그동안 정치인들의 입에서 많이 들어보았던 익숙한 말이다. 미술관의 중요한 일들이란 전시기획이다. 그러나 주요 미술관들의 전시기획은 전문학예사들이 한다. 관장이 학예사들의 주요 기능까지 도맡아 한다면 요즘 세간에 대통령이 국장 과장 일까지 다한다는 핀잔을 들을 수 있다. 아마도 미술관 개관 초기에는 경험이 적은 젊은 학예사들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관장이 일을 다 주도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학예사들에게 맡겨야한다. 이제는 학예사들의 전시기획이 타 미술관처럼 실명화 되어야 한다. 학예실의 활성화야말로 도립미술관이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시급한 일이다. 그동안 관장과 학예실의 불화가 지속되어오고 있었다는 점도 관장에게는 가장 큰 허물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 미술인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 반면에 지역미술인들은 현 관장의 임기 연장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되돌아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미술관은 미술인들의 활동의 장이다. 그러나 미술관이 미술인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미술관은 미술인들의 사회적 봉사와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보여주는 창구 역할임을 이해해야 한다. 미술인들이 미술관의 주인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누가 관장이 되어야 하는 것보다 누가 도민들에게 가장 좋은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만들었는가가 관장 선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성적으로 싫은 것이야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지만 미술관의 발전을 위해 냉정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혹 지역 미술인들의 이러한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집단 이기주의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란다. 현 관장이 3번까지 연임하게 된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어떻든 미술인들내에서도 서로 갈등과 반목이 있는 것처럼 보여 지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미술관장은 꼭 미술인이어야 하는가. 미술관장이 매우 식견이 높은 전문가이어야 미술관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행여 그러한 지식이 편협한 자기주장에만 머무를 수 있는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관장이 자신의 전문성을 앞세워 모든 일을 다 하려 든다면 아마 미술관이 옆으로 갈지 모른다. 이런 행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 곧바로 미술인들의 여론이라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철량(전북대 미술학과 교수)
최근 전북도립미술관장의 연임을 둘러싸고 미술계 안팎이 뜨겁다. 미술관장의 3번째 연임을 놓고 미술계 일각에서 반대 여론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장의 발령권자인 전북도에서는 지금까지 일을 잘해오고 있는 관장을 연임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며 딱히 인물이 없는 형편에서 3번째 연임에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고, 미술계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말이 많았던 현 관장의 발령이 3번째 이어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세간이 어수선한데 우리 지역 미술계가 미술관장의 연임 발령으로 속을 끌이고 있다. 답답하기 짝이 없다.
* 발령권자인 전북도의 말은 이렇게 들린다. 그동안 일을 잘 해오고 있고, 그만한 인물을 찾기 어려운 형편에 일부 미술인들의 반대에 불과한 현 관장의 연임을 안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3번째 연임에 법적 하자가 없으니 뭐가 문제냐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옹색한 변명이다. 현 미술관장이 초기 발령 무렵부터 이런 저런 일들로 지역미술인들과 심한 갈등을 가져왔다. 수년간 이어져온 이러한 사태를 모를리가 없는 전북도의 설명은 온전히 수긍하기 어렵다. 세상에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항변은 위정자들이 할 말은 아니다. 이 정부는 필요하면 외국인도 공무원으로 쓰겠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극히 일부 미술인들만의 반대라는 현상의 이해 부족은 더욱 곤란하다. 그렇다면 왜 이 정도의 반대를 설득하지 못하는가, 그동안 인터넷으로 그리고 여러 경로로 현관장의 연임을 반대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 현 관장의 입장설명도 궁색하게 들린다. 보도를 보면 그동안 기획되어진 일들이 잘 마무리되려면 1년은 더 일해야한다고 한다. 미술관 기획은 적어도 3년 전에 이루어지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말은 그동안 정치인들의 입에서 많이 들어보았던 익숙한 말이다. 미술관의 중요한 일들이란 전시기획이다. 그러나 주요 미술관들의 전시기획은 전문학예사들이 한다. 관장이 학예사들의 주요 기능까지 도맡아 한다면 요즘 세간에 대통령이 국장 과장 일까지 다한다는 핀잔을 들을 수 있다. 아마도 미술관 개관 초기에는 경험이 적은 젊은 학예사들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관장이 일을 다 주도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학예사들에게 맡겨야한다. 이제는 학예사들의 전시기획이 타 미술관처럼 실명화 되어야 한다. 학예실의 활성화야말로 도립미술관이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시급한 일이다. 그동안 관장과 학예실의 불화가 지속되어오고 있었다는 점도 관장에게는 가장 큰 허물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 미술인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 반면에 지역미술인들은 현 관장의 임기 연장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되돌아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미술관은 미술인들의 활동의 장이다. 그러나 미술관이 미술인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미술관은 미술인들의 사회적 봉사와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보여주는 창구 역할임을 이해해야 한다. 미술인들이 미술관의 주인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누가 관장이 되어야 하는 것보다 누가 도민들에게 가장 좋은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만들었는가가 관장 선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성적으로 싫은 것이야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지만 미술관의 발전을 위해 냉정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혹 지역 미술인들의 이러한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집단 이기주의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란다. 현 관장이 3번까지 연임하게 된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어떻든 미술인들내에서도 서로 갈등과 반목이 있는 것처럼 보여 지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미술관장은 꼭 미술인이어야 하는가. 미술관장이 매우 식견이 높은 전문가이어야 미술관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행여 그러한 지식이 편협한 자기주장에만 머무를 수 있는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관장이 자신의 전문성을 앞세워 모든 일을 다 하려 든다면 아마 미술관이 옆으로 갈지 모른다. 이런 행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 곧바로 미술인들의 여론이라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