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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갤러리 - 나종희 개인전
서신갤러리 | 2008-04-11 | 조회 3201
     섬그리고 산展
제6회 나종희 개인전

일시 : 4월 16일(수) - 4월 22일(수)
오픈 : 4월 16일(수) 오후6시  
장소 : 서신갤러리
주소 :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832-2 새터빌딩 B1
               T.063-255-1653 / F.063-271-1653
                  www.seoshingallery.co.kr

작가 약력
개인전 5회
조국의 산하전
황해미술제
전국환경미술제
민족미술전, 전북 화랑미술제, 삼양문화원
나종희-김재홍 비무장지대(DMZ)전
전국 미술인연합 창립전
해방 50주년 기념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인후리 3-4
Tel. 031-638-4805  C.p. 010**********

작가노트
몇 년 간 한지 작업, 터널 작업 등을 시도했었지만 본격적인 작업으로의 길을 내지 못했다. 내내 뭔가 활로가 트일 것 같으면서도 어깨에 힘이 빠지곤 했다.
눈이 아리도록 짙푸른 동해를 가로질러 독도와 마주쳤다. 그는 바다 깊은 곳에서 우뚝 솟아나 내 눈 앞에 현현해있는 것 같았다. 세간의 시끄러운 말들과는 상관없이 웅장하고 힘찬 암벽을 우리에게 묵묵히 보여줄 뿐이었다. 그뿐이었는데, 그의 속살들을 눈여겨보고, 만지고, 발로 디디면서 나도 모르게 큰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또 한 번 큰 숨을 들이쉰 것은 이듬해 백두산 천지에 오르는 길목에서였다. 가파르게 미끄러지듯 비껴서있는 암벽들이 내 눈앞에 쫙 펼쳐져 있었다. 순간 독도의 그것과 겹쳐졌다.

내게 찾아온 그 큰 숨이 사그라지기 전에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내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섬과 산을 서둘러 담아내고 싶었다. 바탕에 선명한 주홍색깔을 깔고 그 위에 질감을 내기 위해 미디엄에 돌가루와 물감을 혼합해 입혀나갔다. 바탕에 깔려있는 주홍색이 언뜻언뜻 베어 나왔다. 암벽의 속살이 이거다 싶었다.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전시 작품들을 거의 마무리해 갈 무렵 내 작업에 대하여 회의가 일었다. 질감을 많이 내긴 했지만 독도나 백두산의 암벽이 갖는 힘이 별로 느껴지질 않았다. 다시 갑갑해졌지만, 이번에는 이전의 답답함과는 달랐다. 다른 표현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엔 나무판을 거칠게 손도끼로 쪼아내어 형태를 잡은 후 바인더를 입혀 마감을 하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을 했다. 그리고 볼록 부분에 프러시안블루와 같은 진한 색으로 칠해 마무리를 했다. 그러자 동양화풍의 준법과 유사한 효과가 나타났다. 예기치 않은 성과였다. 허나 양감이 드러나질 않았다. 이에 나무판에 골을 깊게 파주고 바탕색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판화 형식이지만 중량감이 느껴졌으며, 부조형식이라 회화적인 맛도 괜찮았다.

독도와 백두산의 장대한 맛을 살리기 위해 큰 나무판이 필요했다. 합판을 이용하기로 했다. 합판은 때로 순하게 내 손길을 받았으며, 때로는 저항했다. 그러나 양쪽 다 독도와 백두의 암벽이 끌려 들어와 주었다. 그런대로 합판작업은 내 안의 큰 숨을 드러내 주었다.
그러나 전시날짜가 바싹 다가왔다. 밤낮없이 작업에 매달렸다.

이 작업에 평자들은 뭐라 혹평할지 모르겠다. 아직 내 작업에 대한 철학이 준비되진 않았지만, 나는 그저 작업에 내 감각에 충실했다. 어깨가 빠지도록 몸을 부렸고 간간히 찾아오는 충만감에 지난겨울을 어떻게 보냈나 싶다. 이제 이번 전시가 시작이다. 나무판 작업으로 해내고 싶은 게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또한 작업에 대한 사유의 폭도 넓어지리라.

이제 따스해진 봄 햇살에 나른하게 몸을 내맡기면서, 오랜만에 작업실 뒷산을 오르고 싶다.

2008. 4. 2 나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