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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사람 '지용출'과 지역문화예술
이쁜이 | 2011-05-18 | 조회 1782

전북사람 ‘지용출’과 지역문화예술  

2011년 05월 17일 (화) 14:44:23 전북중앙  webmaster@jjn.co.kr  


    
정우식
사)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원장

오늘은 판화가 고 지용출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날벼락처럼 우리 곁을 떠난 지 1주기이다. 묘하게도 5월 18일이다. 스스로 " 나는 좀 늦다." 던 예술가가 짧은 생을 버릴 땐 너무 빨랐다.
예술가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실해야 한다던 그, 예술가들이 자기만족을 위해서 유희성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예술이 사회 참여에 관심을 갖고, 또 참여할 때 사회와 문화의 질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으므로 대중과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작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던 그였다. 동판, 석판보다는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칼만 있으면 사계절 할 수 있는 목판에 정착한 그였다. 그는 우리 ‘곁에 있는 나무’ 한 그루였다.
1994년 아내를 따라 전북으로 내려왔지만 이곳 출신이 아니었던 그는 외로웠을 것이다. 그러다 살만 해지니까 삶을 마감했다. 전북민미협, 전북판화가협회, 문화연구 창 등에서 왕성하게 지역문화예술 운동과 활동을 하였고, 지역 역사를 담아낸 현대판 지도를 제작하기도 했다.

     충청도 태생 전주 김제서 20년

그는 전북사람이다. 충청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삶의 끝자락 20여년을 부안과 전주, 김제에서 예술혼을 불사르다 전주에 영혼을 바친 그는 두말 할 것 없이 전북사람이다. 마치 안도현 시인이 경상도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우리 지역 시인이라는데 아무도 이의를 달 수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사실 나는 그를 생전에 딱 한 번 만나 얘기를 잠깐 나누었을 뿐이다. 그전에 ‘문화저널’ 같은 지역문화예술지 등에서 그의 작품을 더러 접하면서 괜찮은 작가라 생각은 했지만 서로 활동 영역이 달랐던 탓인지 인사 나눈 적이 없었다. 그러다 작년 4월, 문화예술단체의 인문예창 포럼 집담회를 마친 뒤풀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수인사하고 말을 건네었다. 함께 지역문화예술과 관련하여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반가웠고 설레었다. 그런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딱 한 달 후 그의 비보를 접했다.
1년 만에 그와 함께 하던 동료들이 쉽지 않은 작업을 거쳐 그가 개인전 준비하던 작품들을 꾸려 내놓았다. ‘고 지용출 판화유작전 - 곁에 있는 나무’. 이달 7일부터 시작한 전시는 18일이면 끝난다. 이 글을 읽으시는 즉시 전주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으로 달려가지 않으면 영영 놓치고 만다. 서두르시라.
이번 전시회를 통해 겨우 그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보았다. 그간 작품 하나 둘씩 보며 썩 좋다 여긴 적이 있지만 이토록 대단한 작가인 줄은 알지 못했다. 한 데 모아놓은 작품을 둘러보고서야 작은 작가가 아님이 한꺼번에 확 끼쳐왔다. 치열했던 그의 삶과 칼질의 더께를 느낄수록 그만큼 그를 여실히 알아봐 주지도 못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그를 기억해야 한다. 그에 대한 예의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역문화예술을 위해서도 그렇다. 지역의 아이들에게 이런 작가의 작품 한 점 감동 있게 보여주지 못하고 키운다면 그것은 어른들의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잘못이다.
이 기회에 지역문화예술 교과서를 제대로 만들어 지용출 같은 우리 지역 문화예술가들의 삶을 소박하게나마 오롯이 담아낼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나설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지역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품으며, 다양한 문화적 꿈을 키워갈 수 있었으면 해서이다. 그에게 매료 되어 늦은 나도 목판화를 향한 새로운 꿈 하나를 품게 되었듯이 말이다.
다행히 우리 지역은 상당히 풍부한 문화예술 자산을 가지고 있다. 현대에만 해도 수많은 소리꾼과 연주자, 화가, 시인, 소설가, 서예가, 공예가들을 배출하였다. 이루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쟁쟁한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 화려하고도 풍성한 자산을 우리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일상의 삶 속에서 늘상 이들을 호흡하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풍성한 문화 자산 활용 잘 못해

이러한 평가 작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들의 작품과 작업들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용출이 생각날 때 언제든지 도립미술관으로 달려가면 그의 작품을 한가득 만날 수 있고, 그 속에서 우리 주위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나무와 산과 마을을 만나고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도립미술관 같은 곳에서 그의 작품 여러 점을 소장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문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을 지역의 문화예술인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나서주길 바란다.
아름다운 봄날, 따뜻한 햇살 한 줌 그에게 바친다. 그가 더욱 그리워지는 오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