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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동야의 인이라
황세진 | 2021-02-12 | 조회 470

동양에서 사람을 뜻하는 인(人)과 백성을 지칭하는 민(民)은 동의어 취급을 받는다. 당나라 때 일반 백성을 뜻하는 단어는 생민(生民)이었다. 그러나 당시 황제였던 태종의 이름이 이세민(李世民)이어서 불경함을 피하기 위해 백성 민자를 사람 인이라는 글자로 바꿔 쓴 기록이 있다.

 그러나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인과 민이라는 글자는 서로 혼용할 수 없다. 『예기(禮記)』에서 “사람이란 하늘과 땅의 마음(人者天地之心也)”이라고 했다. 과실의 속(心)을 일컬을 때도 사람 인의 글자가 쓰였다. 이는 흔히 어질 인(仁)이란 글자와 통용된다. 요즘 중국에서 과일의 속을 말할 때 ‘궈런(果仁)’이라고 하지만 원래는 어질 인자 대신 사람 인자로 표기했다.

 민이라는 글자는 백성 맹(氓)과 통용된다. 전체적으로 이 민이라는 글자에 따라붙는  비교견적www.sdinercard.co.kr   색깔은 다소 어둡다. 사람 인이라는 글자가 지위의 고하, 출신의 귀천이 없는 개념인 데 비해 민이란 글자는 무지하거나 큰 자각이 없는 존재를 가리킬 때 흔히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과 민이라는 글자가 동의어 취급을 받는 요즘이라 하더라도 성인(聖人)을 성민(聖民), 귀인(貴人)을 귀민(貴民)으로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인민이라는 단어가 우리 눈에 익숙할 정도로 정착은 했지만 그 근원을 따져보면 다소 어울리지 않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