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문민(1988~ )의 개인전 《나를 비롯한 그대들 : 무명인의 부산물 part.2》는 사각형 프레임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형상을 기록해 온 작가의 장기 프로젝트 ‘나를 비롯한 그대들’ 시리즈의 새로운 장을 선보인다. 문민은 데이터와 이미지 중심의 디지털 사회 속에서 점차 익명화되는 존재의 조건을 탐구하며, 기록되지 않은 인간의 감정과 시간이 스며든 사물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는 ‘기록 가능한 인간’에서 벗어나 기억되지 못한 존재의 흔적,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감각적 잔여물에 집중한다.

전시의 핵심 모티프인 ‘수건’은 한 인간을 가장 먼저 감싸는 물질이자, 시간이 흐르며 체온·습기·감정의 미세한 흔적을 품어내는 기억의 표면이다. 작가는 직물 위에 남은 번짐, 주름, 얼룩, 그리고 통제되지 않은 이미지들의 발생을 통해 익명 존재의 감정선이 조형으로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조각·평면·설치가 교차하는 작품들은 무명인의 잔여물이 어떻게 감각되고 재구성될 수 있는지 질문하며, 현대인의 존재 방식과 흔적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