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것들의 자리》
- 전시기간
- 2026-03-20 ~ 2026-06-30
- 기간세부설명
- 작품수
- 37 점
- 전시장소
- JMA 대아스페이스(대아수목원)
- 전시분야
- 판화, 회화 등
- 주최 및 후원
- 전북도립미술관, 대아수목원
- 담당자 및 문의처
- 063-290-6858
- 참여작가
- 지용출, 김미경
세상은 대부분 이름을 모르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들판의 잡초와 농작물, 계절에 따라 변하는 나무와 하늘, 그리고 일상의 주변을 이루는 수많은 생명들은 특별히 주목되지 않은 채 삶의 배경으로 머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종종 힘과 권력을 중심으로 조직되며, 그 속에서 많은 존재들이 쉽게 주변으로 밀려난다. 인간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서 자연을 지배하거나 이용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예술은 때때로 그 배경에 머물던 존재들을 화면의 중심으로 불러내며,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세계의 감각을 드러낸다.
《이름 없는 것들의 자리》는 1990년대 초부터 전북 지역에 정착하여 각자의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 온 지용출과 김미경의 작품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자연과 삶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이 어떻게 하나의 감각적 지평 안에서 만나는지를 조망하고자 한다. 두 작가는 한국민족미술인협회 활동을 통해 만나 지역을 삶의 기반으로 삼고 주변의 풍경과 존재를 꾸준히 관찰해 왔다. 그러나 그 관심이 화면에 드러나는 방식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지용출의 작업은 나무와 농작물, 들판의 작물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존재들을 화면에 담아낸다. 그러나 단순한 재현에 그치지 않고, 무분별한 도시 개발과 농업 환경의 변화와 같은 사회 구조 속에서 주변으로 밀려나는 것들에 주목하며, 이를 통해 권력에 대응하는 시선을 드러낸다. 특히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농업 기반이 흔들리던 시기, 농작물은 사회 구조 속에서 밀려나고 착취당하는 삶의 현실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나타난다.
지용출이 풀을 통해 사회 속 사람들의 삶을 대변한다면, 김미경에게 풀은 작가 자신이 동일시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김미경의 작업은 하늘과 땅, 들풀과 잡초와 같은 자연의 요소들을 차분한 색과 여러 겹의 층으로 쌓아 올린 화면에 펼쳐 놓는다. 화면 속 풀은 연약하지만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생명이며, 서로 모여 거대한 힘을 이루는 민중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풀은 다른 존재들에 비해 열등하거나 주변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생명력과 잠재적 힘을 지닌 대등한 존재로 드러난다.
두 작가의 작업은 자연을 인간이 지배하고 이용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익숙한 인식에서 벗어나게 한다. 이들의 화면에서 자연은 단순한 대상이나 배경이 아니라 인간과 위계 없이 관계를 맺는 하나의 존재로 나타난다. 이러한 시선은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며, 늘 곁에 있었지만 쉽게 호명되지 않았던 것들을 인식하게 한다. 숲과 풀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전시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그 안의 존재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